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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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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제 도입의 조건과 방향
연봉제의 전제조건과 법적 도입방향
공인노무사·법학박사 : 한 경 식
Ⅰ. 도 입 말
우리나라의 기업은 기본적으로 연공주의적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있으며 임금의 체계 역시 기본급 이외에 상여금과 다양한 수당이 존재하고 이들 수당 및 상여금이 근로자 전체 임금 중에서 상당액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복잡한 연공주의적 임금체계는 임금관리의 유연성과 합리적인 노무관리를 저해하여 왔다. 그리하여 IMF관리체제 이후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변칙적으로 신설하거나 인상하여 온 각종 수당을 정리하여 임금체계를 통합·단순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임금관리의 유연성 확보방안으로써 연봉제의 도입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됨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이 연봉도입하고 있거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의 정의 및 그 산정기초는 연공주의적인 성격의 정액임금체계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므로, 연봉제는 우리나라의 노동법제가 상정하고 있는 임금체계가 아니고, 연봉제를 도임하고 있는 기업들도 개개인의 능력, 실적 및 공헌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인원감축 등 고용조정조치 대신 생산성 향상과 임금의 절약차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노사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법적 분쟁의 다툼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연봉제도입의 전제조건과 현행 노동법제하에서 도입가능한 연봉제의 범위와 실무상의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연봉제 도입의 전제조건
기업이 연봉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전제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
1. 인사고과의 공정한 평가와 납득성
연봉제의 실시의 성공 여부는 평가의 공정성과 납득성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개개인의 능력 및 실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에서 실시하는 인사고과에 대해서 근로자의 뿌리깊은 불신감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인사평가제도의 합리적인 설계와 운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해당 근로자와의 개별적인 면담을 통하여 인사고과의 결과를 반드시 공개하여 평가의 공정성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2. 평가문화의 정착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공정한 인사고과를 실시하고, 근로자들도 인사고과의 결과에 대하여 승복할 수 있는 이른 바 '평가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종전 우리나라의 기업에서는 상대평가에 의한 인사고과를 근거로 임금의 가감제를 실시하였으나, 근로자 상호간의 불필요한 경쟁심 유발과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자 대부분 임금의 감액은 사라지고 가산제만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연봉이 감액되는 경우를 상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오히려 연봉제의 도입이 임금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 내지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고과자훈련을 강화하고 피고과자는 '공정한 평가'가 근로자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3. 고용관행의 개선
대다수 기업에서의 신규직원 채용은 직무에 바탕을 둔 계약에 의한 채용이 아니라 학력과 연령 등 속인적 요소를 기준으로 하여 채용하고 있고, 임금체계 역시 연공급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연봉제의 도입이 결코 쉽지 않다. 또한 고용의 경직성 등으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탄력적이지 못한 것도 연봉제 도입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계약에 의한 고용과 해고의 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4. 연봉대상자의 신중한 선정
현재 노동계가 경제계의 연봉제의 추진목적을 임금체계의 합리화보다는 오히려 노조의 교섭력 약화와 임금인상억제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매우 강하므로, 생산직의 연봉제 도입은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연봉제의 적용대상은 근로기준법의 적용과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덜 받는 관리직과 전문직에 우선 실시하고, 그 효과를 보아가면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현행 노동법제하에서의 연봉제 도입방향
1. 취업규칙의 작성 및 개정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기업은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취업규칙을 작성·신고할 의무가 있으므로 연봉제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범위와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기재한 내용의 취업규칙을 작성·신고하여야 하고, 종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연봉제의 도입으로 인한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가의 여부에 대하여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기 있으므로, 취업규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때 반드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놓아야 한다.
2. 근로계약의 체결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근로계약서에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및 지불방법을 명시하여 서면으로 작성하여야 한다. 따라서 연봉제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이 취업규칙에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기업은 개별근로자와 '개별적 연봉액 및 그 대상이 되는 기간, 소정 근로일수 및 근로시간, 연봉의 지급방법 및 지급기일, 퇴직금의 산정방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여야 한다.
3. 연봉과 지급시기의 결정
종전의 기본급, 제수당, 상여금으로 구성된 연공급 임금체계는 연봉으로 흡수 통합하여 운영하고, 연봉은 전년도 연봉을 기준으로 하여 본인의 자기신고와 직속상사의 근무평정, 전년도 업적 등을 종합 평가하여 연봉대상자와 경영간부의 협의를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연봉의 지급방법은 이를 12등분하여 매월 균등하게 지급하거나 16등분하여 매월 16분의 1을 지급하고 16분의 4는 상여금지급시기에 지급하는 등 다양하게 결정하여도 무방하다. 그리고 연봉과 별도로 개인의 업적이나 성과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연봉과는 별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병행하여도 무방하다.
4. 법정수당의 관리
1) 시간외·야간·휴일근로
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시간외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연봉에 포함시키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연봉에 법정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하고 임금대장에 법정수당을 형식상 배분하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법정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것으로써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된다. 이처럼 연봉에 법정수당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연봉제를 설계하면, 오히려 연봉제실시 전보다 추가 임금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 연봉과는 별도로 법정수당에 대해서는 사유발생 시마다 연봉외 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노동법제에 부합하는 것이다. .
다만, 판례는 '실제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하여야 할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로수당 등을 근로시간 및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참작하고 계산의 편의와 직원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뜻에서 매월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룰 무효라고 할 수 없다'라고 함으로써 이른바 '포괄임금산정제도'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관리상 포괄산정임금제도를 운영한다 하더라도, 각 근로자가 실제로 행한 시간외근로 또는 야간근로가 노사간에 합의된 범위를 초과하여 근로한 경우에는 그 초과부분에 대해서는 수당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연봉에 시간외근로 또는 야간근로수당을 연봉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지급할 연봉을 결정한 다음 통상적으로 기업에서 행하고 있는 시간외·야간근로수당와 휴일근로수당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하는 '포괄산정임금산정제도'를 병행하여야 한다.
2) 연월차수당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포괄산정임금제도를 병행한다 하더라도, 연월차수당을 연봉에 포함하는 것은 명백히 법 위반이 된다. 왜냐하면, 근로기준법상의 연월차휴가는 근로자들의 피로회복과 기본적인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이고, 그 사용방법과 시기도 근로자들이 원칙적으로 이를 분활 적치사용 할 권리와 시기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사유발생일보부터 1년간의 휴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연봉에 연월차수당을 미리 포함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연월차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설사 일정일수에 대해서는 연월차휴가를 부여하고 나머지 휴가일수에 대한 수당만 연봉에 포함한다 하더라도, 근로자의 휴가사용결정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법 위반이 된다. 결국 근로기준법상의 연월차수당은 개개 근로자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하여 연봉과는 별도로 사유발생 시마다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나, 미사용한 월차수당을 개별근로자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는 노무관리상 불편함이 있어 전 근로자의 연월차휴가와 연차수당의 지급기산일과 마감일을 연봉계약기간과 통일적으로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면, 전 근로자의 연월차휴가의 기산일을 통일적으로 연봉적용시점인 매년 1월 1일부터 기산하고 연봉의 마감시점인 매년 12월 말일로 마감하는 것이다. 다만 중도입사자에 대해서는 입사 첫해에 한해서 입사일로부터 12월 말일까지에 해당하는 일수에 비례하여 연차휴가를 부여하든지 수당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다.
연차휴가수당의 지급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연차휴가권은 입사 1년 후에 발생하고 그 청구권은 1년이 되는 것이므로, 미사용한 휴가에 대해서는 입사 후 2년 이후에 수당으로 대체하면 무방할 것이다. 다만 개정 근로기준법은 노사간의 서면합의로 특정일의 휴무를 휴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대체휴무제' 도입의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유급휴일 이외의 휴무 또는 근로자가 결근계를 제출한 후 유급휴일을 초과하여 출근하지 않은 일수에 대해서는 연월차휴가를 대체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입사 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미사용한 연월차휴가일수에 대해서는 수당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퇴직금의 관리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은 근로자가 최소한 1년 이상 근무하고 근로관계가 종료된 그 지급사유가 발생되는 것이므로,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 다만 개정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노사합의에 의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연봉제와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이 노무관리상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신규입사자의 경우에는 노사간의 합의를 통하여 입사 후 1년이 도래되는 시점에서 다음 연도에 적용될 연봉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당해 연도에 발생한 법정퇴직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거나 다음 연도에 임금지급일에 균등 지급하는 방향으로 임금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봉제 도입 전에 입사한 기존 재직근로자의 경우에는 연봉근로계약체결 전에 기 발생한 퇴직금에 대해서는 정산하여 일시불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나, 기업으로서는 퇴직금을 일시에 지급하여야 하는 재정적 부담이 되기 때문에 노사간의 합의를 통하여 일정기간에 걸쳐서 분할 지급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할 만 하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서 분할 지급받는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점이 있으므로, 시효의 연장이나 이자의 지급 등 기업의 배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Ⅳ. 맺 으 며
IMF관리체제 이후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은 자구책의 일환으로써 임금제도의 유연화를 통한 경쟁력의 강화를 위하여 연봉제의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봉제 실시의 기초가 되는 근로자의 실적과 능력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의 결여, 평가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미성숙, 경영의 불투명성 등이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공급 임금체계에 근거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관련규정이 산재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연봉제를 실시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거나 향후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생산성의 제고 및 효율적 임금관리라는 연봉제의 목적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유연한 법 해석이 요구되고, 기업으로서는 일단 단계적으로 현행 노동관련법규에 접합하도록 연봉제의 도입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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